태양계 미슐랭 가이드 138억 년 묵은 '라즈베리 보드카' 향기를 맡아보셨나요?

 1. 우주가 주는 '시각적 환상'에 침을 뱉다

우리는 흔히 우주를 떠올릴 때 허블 망원경이 찍은 보랏빛 성운이나 영롱하게 빛나는 은하수를 생각합니다. 참으로 우아하고 고결한 이미지죠. 하지만 어제 집 앞 골목에서 술에 취해 길가에 구토를 하는 취객을 보며 저는 문득 아주 불경한 상상을 했습니다. "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오물도 결국 원자로 쪼개면 저 별들과 다를 게 없지 않나?"



사실 우리가 동경하는 밤하늘은 거대한 화학 공장이자, 온갖 자극적인 냄새가 진동하는 '우주 식당'입니다. 나사의 고리타분한 수치나 온도 데이터는 잠시 접어둡시다. 오늘 저는 미슐랭 가이드의 심사위원이 되어, 혀끝과 코끝으로 이 광활한 우주를 한 입 베어 물어보려 합니다.

2.에피타이저 궁수자리 B2의 '라즈베리 보드카' 가스구름

우주의 시작이 창대했다면, 그 끝맛은 의외로 달콤하고 알싸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은하의 중심부, 궁수자리 B2라는 거대한 가스 구름으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 오늘의 재료: 에틸포르메이트 (Ethyl Formate)

  • 천문학적 팩트: 천문학자들이 전파 망원경을 통해 이 거대 구름의 화학 성분을 분석한 결과, '에틸포르메이트'라는 분자가 대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이 성분은 지구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하나는 라즈베리의 달콤한 향기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드카 같은 증류주에서 특유의 향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 나의 사색: 우주는 거대한 술창고인가? 우주 한복판에 수조 리터의 보드카가 라즈베리 향을 풍기며 흐르고 있다니요. 인간이 이 허무한 생을 버티기 위해 술을 찾는 것은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몸속의 원자가 저 술기운 가득한 성간 구름에서 왔다면, 우리가 취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회귀 본능 아닐까요? 어쩌면 신은 우주를 설계할 때,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이 광활한 공허를 견딜 수 없어 라즈베리 보드카 한 잔을 쏟아부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3.메인 디쉬 목성의 위성 '이오'가 내놓은 '썩은 계란 찜'

달콤한 에피타이저로 입가심을 했다면, 이제는 현실의 지독함을 맛볼 차례입니다. 목성의 위성 '이오'는 태양계에서 가장 화려한 노란색과 주황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잘 익은 오렌지나 치즈 케이크처럼 보이죠.

  • 오늘의 재료: 이산화황 (Sulfur Dioxide)

  • 맛 평가: 유통기한이 천 년쯤 지난 썩은 계란을 화산의 지열로 푹 쪄낸 맛, 혹은 하수구 냄새가 농축된 맛입니다. 이오는 목성의 강력한 중력 때문에 내부가 계속 뒤틀리며 끊임없이 화산을 뿜어냅니다. 그 결과 위성 전체가 지독한 황화합물로 뒤덮여 있습니다.

  • 나의 생각 SNS 프로필과 이오의 닮은꼴 이오를 보고 있으면 현대인의 '멀티 페르소나'가 떠오릅니다. 겉보기엔 황금빛으로 빛나는 화려한 행성이지만, 그 속은 썩어 문드러진 냄새와 뜨거운 화산재로 가득 차 있죠.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요? SNS에는 명품과 오마카세 사진으로 도배된 '황금빛 인생'을 올리지만, 실제 삶은 열등감과 불안이라는 지독한 가스로 가득 찬 사람들 말입니다. 우주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 옆자리에서 화려하게 치장한 누군가에게서도, 문득 이오의 썩은 황 냄새가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요.

4.디저트 우주 공간의 '탄 고기' 향기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설 때 옷에 배는 냄새, 바로 '탄 내'입니다. 실제로 우주 유영을 마치고 돌아온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고 증언합니다.

  • 오늘의 재료: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AHs)

  • 맛 평가: 바비큐를 하다가 새카맣게 태워버린 스테이크의 끝부분, 혹은 뜨거운 금속에서 나는 타는 듯한 냄새입니다. 별이 죽어가며 내뱉는 이 분자들은 우주 전체에 먼지처럼 깔려 있습니다.

  • 나의 사색: 소멸은 향기를 남긴다 우주가 타는 냄새를 풍긴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무언가가 연소하고 소멸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태우며 살고 있다면, 우리에게서도 그을린 고기 냄새 같은 치열한 향기가 나야 정상입니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무취의 삶보다는, 차라리 우주 먼지처럼 바싹 타버린 흔적을 남기는 삶이 더 '우주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의 식사를 마칩니다.

5.당신의 오늘은 어떤 맛입니까?

우주는 멀고 차가운 물리 법칙의 세계가 아닙니다. 때로는 달콤한 술 같고, 때로는 지독한 썩은 계란 같으며, 결국엔 타버린 고기 냄새로 남는 거대한 식탁입니다. 오늘 당신이 마시는 커피 한 잔, 무심코 맡은 길거리의 매연 속에도 우주의 레시피는 숨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라즈베리 보드카처럼 달콤한가요, 아니면 이오의 화산처럼 지독한가요? 어떤 맛이든 괜찮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이 거대한 '우주 식당'의 손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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